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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생활

버려진 문짝으로 책상을 만들었다고?! 실화임

by choi-kkomi23 2025. 4. 18.

1. 진짜로 주운 문짝, 시작은 우연이었다

집 앞 재활용장 옆,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는 오래된 문짝 하나가 있었다.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다 그 나무 표면의 결이 눈에 밟혔다. 오래된 만큼 페인트는 벗겨졌고 손잡이도 빠져 있었지만, 왠지 버리기 아까운 느낌. 애초에 그걸 책상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들고 와서, 창고 구석에 세워뒀다.며칠이 지나도 그 문짝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나무를 다듬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무심코 사포를 꺼냈고, 그 순간 이상하게 손이 멈추지 않았다. 문짝 위를 문지르며 '책상으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이 모든 시작이었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했을지 모르지만, 그 순간 내 머릿속엔 이미 완성된 책상이 있었다. 문짝은 나에게 단순한 나무 조각이 아니었다. 재활용장 옆이라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공간에서 발견되었지만 그 자체로 존재감을 품고 있었다. 아마도 그 나무는 누군가의 오랜 시간을 함께했을 것이다. 그걸 내가 이어받아 또 다른 형태로 살아가게 만든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설레었다. 그때 느낀 감정은 지금까지도 내 작업의 중심에 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그 문짝 하나로 인해 내가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버려진 물건'이라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기회의 재료'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 작은 문짝이 내게 준 건 가구 하나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틀이었다. 낡고 흔하디흔한 것들 속에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는 감각,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드는 첫 단추였다.

2. 사포질과 고집, 문짝을 책상으로 바꾸는 시간

문짝을 책상으로 만들겠다는 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먼저 문짝 자체가 생각보다 무거웠고, 표면이 매우 거칠었다. 처음엔 전동 사포를 꺼내들었지만, 손으로 결을 느끼고 싶어 결국은 손사포로 바꿨다.

그 작업은 단순한 가공이 아니라 대화 같았다. 나무에 묻은 때, 오래된 스크래치, 못자국 하나하나를 닦아내면서 ‘이 나무가 어떤 공간에서 살았을까’를 상상하게 된다. 창틀이었을까? 가게 문이었을까?

한참을 그렇게 문질렀다. 페인트 자국이 거의 사라지고, 나무 결이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쯤 나는 깨달았다. 이건 그냥 책상 상판이 아니라, 하나의 풍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문짝은 조금씩, 나의 책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아무 의미 없이 시작한 사포질이 어느새 하루의 중심이 되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반복되는 손의 움직임 속에서 마음이 가라앉는 걸 느꼈다. 누군가에겐 노동일 수 있는 이 시간이, 내게는 일종의 명상이었다.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욕심보다, 지금 이 결을 느끼는 게 더 중요했다. 그리고 그 감각이 쌓여 결국, 가장 나다운 책상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3. 다리 없는 책상, 빈티지 감성으로 채워넣다

문짝은 있었지만 다리가 없었다. 새로 나무를 사기엔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예전에 쓰다 버린 벤치 프레임을 꺼냈다. 얼핏 맞지 않는 구조였지만, 오히려 그 어긋남이 좋았다. 나는 폐목재의 매력이 바로 이 예상 밖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길이를 맞추기 위해 잘라낸 나무 다리는 문짝보다 밝은 톤이었지만, 덕분에 대비가 생겨 감성적인 느낌이 더 살아났다. 못 대신 나사로 고정하고, 다리 사이에는 헌 책 몇 권을 세워 북엔드처럼 활용했다.

누군가는 “이걸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했지만, 나는 그 질문이 오히려 재미있었다. 왜냐면, 이건 책상을 만든 게 아니라, 시간을 쌓아올린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다리 없이 시작한 책상이 어느새 내 일상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책상은 균형이 완벽하지 않다. 한쪽은 약간 낮고, 다른 쪽은 삐딱하게 기울어 있다. 하지만 그 불균형이 내 하루를 단단히 붙들어주는 무게가 된다. 완벽하게 수평인 것보다, 내 손으로 세운 비대칭이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런 비정형의 구조야말로, 나만의 감성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4. 완성된 책상보다 더 중요한 것들

책상이 완성된 날, 나는 그 위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고 한참을 바라만 봤다. 모서리마다 다르고, 옹이마다 기억이 다른 이 책상은, 도무지 기성품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상판은 울퉁불퉁하고 균형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게 좋았다.

이 책상에는 내가 직접 움직인 시간들이 있었다. 목에 땀이 맺히도록 사포질했던 오후, 못이 자꾸 휘어져 짜증났던 밤, 그리고 '이걸 왜 시작했지?' 고민했던 순간들까지. 그 모든 것들이 그대로 책상 위에 얹혀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질리지 않는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 나는 이제 그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커피를 마시고,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한다. 그 공간엔, 내 흔적이 있고, 그게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감성이 된다.

 

5. 버려진 것에서 시작된, 가장 나다운 공간

이 책상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여전히 내 공간을 ‘꾸미는 것’에만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짝 하나를 책상으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나는 알게 됐다. 공간은 '채우는 것'보다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값으로 따질 수 없었다. 버려진 문짝이 내게 준 건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와 더 잘 마주하기 위한 장소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누군가 버린 듯한 나무를 보면 멈춰 서게 된다. ‘이건 또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그렇게 문짝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언제나 낡은 것에서 가장 새로운 영감이 나오니까.

버려진 문짝으로 책상을 만들었다고?! 실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