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림이 바뀌는 순간

냉장고 청소 전, 음식 분류하는 나만의 기준

by choi-kkomi23 2025. 5. 3.

냉장고 청소 전, 음식 분류하는 나만의 기준

1. 우선순위 분류법: 먹을 이유부터 찾는다, 유통기한은 나중이다

냉장고 청소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버릴 음식은 뭐지?’라는 질문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지금 당장 먹고 싶은 음식이 뭐지?’를 먼저 떠올린다. 내 분류의 기준은 **“유통기한”보다 “먹을 이유”**가 앞선다. 냉장고는 기본적으로 저장 공간이지만, 나에게는 작은 식재료 도서관 같은 곳이다. 의미 없이 오래된 것들을 걸러내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식사를 만들고 싶은지를 먼저 상상하는 공간 정리이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이 며칠 지났어도 내가 내일 아침에 바로 먹을 수 있다면, 그건 ‘살아있는 음식’이다. 반대로 유통기한이 남았더라도 도저히 활용할 계획이 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기준을 갖고 냉장고를 열면, 단순히 날짜를 따지는 일보다 훨씬 더 명확하게 분류가 가능해진다. 나에게 먹을 이유가 있는 식재료는 망설임 없이 ‘살려두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미련 없이 ‘퇴장’시킨다. 유통기한이라는 숫자보다, 내가 그것을 요리하는 상상을 얼마나 생생하게 그릴 수 있는지가 나의 첫 번째 기준이다.

2. 색감과 조화 기준: 음식도 인테리어처럼 배치한다

많은 사람들은 냉장고를 청소할 때 음식의 유통기한이나 보관 상태에 집중하지만, 나는 **‘색의 조화’**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냉장고 안을 열었을 때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언제나 색깔이다. 노란 달걀, 초록 채소, 붉은 반찬, 흰색 용기들. 이 색들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가 나의 식욕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냉장고를 정리할 때는 우선 유사한 색감의 식재료를 한눈에 보이도록 배열하고, 비슷한 채색은 서로 너무 붙지 않게 떨어뜨려 배치한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쉬는 구간’이 생기고, 한눈에 어떤 식재료가 부족한지, 어떤 식재료가 남아도는지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나는 투명한 용기를 일부러 쓰지 않는다. 투명한 용기는 보기에는 깔끔하지만, 때로는 안에 든 음식이 전체적인 색감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투명이나 무채색의 용기를 활용해 시선을 정리한 뒤, 색감이 선명한 식재료만 앞쪽에 두는 방식으로 공간을 설계한다. 음식도 결국 시각적인 자극을 주는 오브제이고, 잘 정리된 냉장고는 나에게 작은 인테리어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 과정이 끝나면 청소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먼지나 얼룩을 닦아내는 건, 그저 배경을 정돈하는 행위일 뿐이다.

3. 시간의 레이어 정리법: ‘언제 먹을지’를 기준으로 세로 분류

내 냉장고 청소의 핵심 기준은 바로 **‘시간의 레이어’**다. 사람들은 흔히 칸을 나눌 때 ‘반찬 칸, 야채 칸, 소스 칸’처럼 용도 중심으로 구분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먹을 시간’ 중심으로 정리하는 걸 더 선호한다. 맨 위칸에는 오늘 혹은 내일 아침까지 먹을 식재료를 둔다. 다음 칸에는 이번 주 안에 소진할 것들, 그 아래는 다음 주까지 계획된 재료들, 맨 아래는 다음 달까지 보관 가능한 장기 저장용이다. 이 분류 방식은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결정 장애를 줄여준다. '무엇을 먹을까'보다 '오늘은 어떤 칸을 먼저 살펴볼까'라는 질문이 더 단순하고 빠른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냉장고 청소를 할 때, 이 시간별 레이어 정리는 음식이 어느 칸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버릴 것'과 '살릴 것'이 구분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아래칸에 있어야 할 김치가 맨 위칸에 올라와 있다면, 그것은 분류 기준이 흔들렸다는 의미이므로 의심하고 점검해봐야 한다. 이 기준은 냉장고를 매번 정리하지 않아도 유지되기 때문에, 장보기를 다녀온 후에도 ‘언제 먹을까’만 정하면 어디에 둘지 바로 판단이 서게 된다. 이처럼 시간은 공간을 정리하는 훌륭한 축이고, 음식도 그 흐름 속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4. 감정의 기준선: 나를 웃게 하는 음식만 남기는 원칙

청소라는 행위는 물리적인 정리이기도 하지만, 감정의 정돈이기도 하다. 냉장고 속 음식도 마찬가지다. 나는 마지막 기준으로 ‘내가 미소 짓게 되는 음식인가’를 기준으로 정한다. 이건 숫자도 아니고 논리도 아니다. 다만 뚜껑을 열었을 때 내가 피식 웃음 짓는 음식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그것이 예전에 만든 소박한 반찬이든, 누군가 주고 간 조각 케이크이든, 혹은 단순한 바나나 한 송이든. 이 감정 기준은 의외로 유용하다. 내가 지금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상태인지, 또는 나중에 그 음식을 보며 무심코 미간을 찌푸릴 것 같은지를 떠올려보면,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이 분명해진다. 나는 '정리'라는 말에 감정이 빠진 걸 경계한다. 음식은 결국 누군가의 손에서 만들어졌고,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결과물이다. 나조차도 어떤 반찬은 만들면서 마음이 들뜨고, 어떤 소스는 기분이 가라앉을 때 무심히 섞어두기도 한다. 냉장고 안의 음식들은 내 시간과 감정의 흔적이고, 그것을 분류할 때 그 감정까지 살펴보는 건 결코 과한 일이 아니다. 버리는 것이 죄책감이 아니라, 나를 더 웃게 만드는 음식을 위한 자리 만들기라 생각하면, 정리는 훨씬 단순해진다.